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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빛을 피해 걸어간다 - 허 연 08-11 씨뉴
그대는 오지 않았네. 삐뚤어진 세계관을 나누어 가질
그대는 오지 않았네. 나는 빛을 피해서 한없이 걸어가네.

나는 들끓고 있었다. 모두 다 내주고 어느 것도 새것이 아닌 눈동자만 남은 너를 기다렸다. 밤이 되면서 퍼붓는 어둠 속에 너는 늘 구원처럼 다가왔다. 철시를 서두르는 상점들을 지나 나는 불빛을 피해 걸어간다. 행여 내 불행의 냄새가 붉은 입술의 너를 무너지게 했는지. 무덤에도 오지 않을 거라고, 보도블록 위에 토악질을 해대던 너를 잊을 수는 있는 것인지. 나는 쉬지 않고 빛을 피해 걸어간다. 도대체 얼마나 많은 당신들이 저놈의 담벼락에다 대고 울다 갔는지. 이 도시에서 나와 더불어 일자리와 자취방을 바꾸어가며 이웃해 사는 당신들은 왜 그렇게 다들 엉망인지. 가면 마지막인지. 왜 아무도 사는 걸 가르쳐주지 않는지. 나는 또 빛을 피해 걸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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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그대를 여름날에 비할 수 있을까?
그대는 여름보다 더 사랑스럽고 부드러워라.
거친 바람이 오월의 다정한 꽃봉오리를 흔들고
우리에게 허락된 여름은 너무 짧아라.
때로 태양이 뜨겁도록 반짝이고
그의 금빛 얼굴이 흐려지기도 하여라.
우연이나 자연의 변화로
아름다운 것도 언젠가는 시들기 마련이지만
그러나 그대의 영원한 여름만은 시들지 않고
그대가 지닌 아름다움도 잃지 않으리라.
죽음조차 그대를 그림자 속에서 헤매이게 하지 못하리니
불멸의 시구 속에서 그대는 시간과 하나가 되리라.
인간이 살아 숨 쉬고 눈으로 볼 수 있는 한
이 시는 살아서 그대에게 생명을 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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